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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바람 보행법

늘바람 보행법 / 제4장 : 관성을 이용한다

 

 

늘바람 보행법  제4장  관성을 이용한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가 갑자기 설 수 없는 것은

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차에 비교할 순 없어도 사람이 걸을 때도 상당한 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산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치일 때에는 그 충격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지요.

 

평지나 완만한 길을 걸을 때는 관성을 이용하면 걷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보행속도를 조금 빨리하여 그 속도의 탄력을 받아 걷는 겁니다.

완만한 오름길이 보일 때는 그 앞에서 조금 속력을 내어 걸어 보십시오.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는 힘들이지 않고 그냥 올라설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대간꾼들의 걸음을 조금 언급했습니다만,

그들이 빨리 걷는 것은 체력이 남아돌아서, 힘을 주체 못해서 그리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간꾼들은 한 번에 긴 거리를, 그것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는 능선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보행속도를 조금 높혀서 그 탄력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약간 빨리 걷는 것이 오히려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고 힘이 훨씬 덜 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자동차에 경제속도가 있듯이 산행에도 경제속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동차가 4단, 5단 속도로 달려야 할 길을 1단이나 2단 기어를 넣고 운행하면

기름도 훨씬 많이 들고 차의 성능도 저하되듯이 산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릿하게 걸으면 배낭도 무겁게 느껴지고 억지로 끌려가는 것 같아서 상당히 피곤합니다.

그에 비해 조금 빨리 걸으면 걸음에 리듬이 붙어서 경쾌해지고 유연해집니다.

몸은 어깨춤을 추듯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여지고, 배낭의 하중은 그 리듬에 따라 가볍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저와 함께 대간길을 걸었던 몇 사람이 부토산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한꺼번에 모두 온 게 아니고 개별적으로 온 것인데,

한 두 번 함께 하더니 하나 같이 모두들 발길을 끊었습니다.

까닭을 물었더니 “분위기는 아주 좋은데 속도가 너무 늦어서...”하고 말끝을 흐립니다.

빠른 걸음에 익숙했던 몸이 늦게 걸었더니 왠지 피곤했다는 이야깁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생각했습니다.

대간종주와 일반산행을 넘나드는 나야말로 전천후 산꾼이 아닌가 하고...

 

ㅎㅎㅎ...

농담 한마디로 웃어보면서 다음으로 넘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