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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이야기

딸 이야기(3)

딸은 28살에 결혼을 했다. 오빠(요즘 애들은 모두 지 남편을 오빠라 한다)와는 같은 대학 다닐 때 알아서 8년 동안 교제를 했다고 했다. 사귀는 놈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모르는 체 했고, 양가 상견례 때 처음 보았다.

 

너 임마. 통닭 이천 마리 먹고 시집가는 거다. 맞제?”

~. 아빠. 그 정도는 아니다.”

“뭐가 아이라. 1주일에 2, 3번은 시켜 먹었으니 1년에 100번 이상 아니냐. 20년만 따져봐라. 그보다 훨씬 더 넘는다.”

헤헤, 아빠도 참. 그란데 아빠, 양복 한 벌 해 주까?”

필요 없다. 느그 아빠 양복 많이 있는 거 모르나.”

 

결혼식날 내가 입을 양복을 해주겠다니, 유아원 교사의 박봉에도 결혼자금을 모아놓았다는 얘기다. 하긴, 지 차 기름 넣을 때도 내 카드를 빌려갔었다. 지 월급은 고스란히 모았을 것이다. 그랬는데, 막판에 돈이 좀 모자랐나보다. 백만 원만 주면 안 되냐고 해서 기특한 마음에 이백 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신혼여행비로 백만 원을 주었으니, 딸 결혼에 내가 쓴 돈은 삼백만 원이 전부다. 마눌이 따로 얼마 보태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남편이 된 오빠는 아빠보다 더 자상했고, 그래서 딸은 결혼을 하고나서 더욱 더 행복해했다. 결혼하고도 여행을 계속 다녔는지, 언제는 일본에 갔다가 설날 전날에 귀국했다고 했다. 한국가수 빅뱅이 일본에서 공연하는 걸 보고 왔다나. ‘그 집 시부모도 참 용한 사람들이네했더니,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어떻게 잘해주고 어떻게 챙겨준다고 자랑질을 해댔다.

 

딸은 공립유치원 교사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필기시험에서 떨어지고, 두 번째는 필기에는 합격했지만 실기에서 떨어지고, 세 번째는 다시 필기에서 떨어지고... 그랬지만 딸은 항상 자신만만했다. 이번에는 틀림없다고, 온갖 정황을 끌어내어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계속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엉뚱한 이유를 대면서 변명을 했다. 기가 죽는 일이 없었다.

아빠, 어느 친구는 시험장에 들어가면 부들부들 떨고, 어떤 애는 떨어지면 몇 달을 침울해하는데, 나는 그런 거 없다. 헤헤..”

 

20201월에 합격을 했다. 시험에 도전한 지 여섯 번째 만이다. 공립유치원 교사는 초중등 교사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대학에 다닌 기간과 민간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17호봉으로 산정되었고, 사설 유치원에서 받았던 월급의 2배가 넘는다고 했다. 첫 월급으로 샀다는 140만원 짜리 명품 백을 자랑하면서 딸은 두 손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야아, 우리는 억대연봉 부부야.”

 

공립유치원 교사로 발령 받아 두 달쯤 다녔을까. 근무지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일광역 부근에 있는 아파트인데, 살고 있었던 아파트를 전세로 놓고 몇 억 원을 대출받았다 했다. 얼마 전 한 번 찾아가 봤다.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는 다 그렇듯 널찍하고 쾌적했다. 예외 없이 딸은 자랑을 했다. 이곳 아파트가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러면서 하는 말.

내가 이제 성공했지 뭐.”

 

딸은 한두 달에 한 번은 엄마 아빠를 불러내었다. 음식점은 딸이 정하고 밥값은 내가 내는 식이었다. 사위가 나서면 딸이 말렸다.

오빠. 괜찮다. 우리 아빠 돈 많다.”

최근에는 조금 바뀌었다. 여전히 밥값은 내가 내지만, 밥 먹은 후에 가는 찻집에서는 사위가 낸다. 지들이 성공(?)한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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