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세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 산행개요
○ 산 행 지 : 밀양 화악산(931.5m)
○ 산행일자 : 2006년 02월 19일(일요일)
○ 산 행 자 : 늘바람
○ 산행코스 : 밀양 청도면 대촌마을-계곡길-580m봉-화악산-소화악산-산성터-청도군 청도읍 평양1리
○ 산행시간 : 5시간 22분
□ 산행일지
07:30 집 출발 / 07:41 개금전철역 출발 /07:57 구명전철역 / 08:05 구포역 도착
08:17 구포역에서 밀양행 무궁화호 출발(요금 2,800원)
08:47 밀양역 도착 / 08:52 역앞으로 나와 시내버스 탑승(900원)
09:02 밀양시외버스터미널 도착
10:10에 출발하는 대촌행 버스표(1,500원)를 구입한 후, 주변 음식점(영아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부탁하여 준비한다.(재첩국 정식 4,000원, 점심도시락 3,000원)
10:15 대촌행 버스 출발
본래 10:10분차인데 5분후에 기사가 나타나 출발한다. 손님은 나 혼자뿐이다. 조금 가다가
노인 한분, 좀 더 가다가 또 한분, 그러더니 곧 다 내리고 아줌마 한분이 잠시타고 내리더니
줄곧 나 혼자만 태우고 좁은 시골길을 돌고 돌아간다. 괜시리 미안해 진다.
11:08 대촌마을회관에서 하차, 산행 시작
마을회관을 지나 왼쪽으로 개울을 끼고 걷는다. 7~8분후 오가피 농장 안내판을 보면서 계속
시멘트도로를 따라간다. 다리를 건너고 전원주택을 오른쪽에 보면서 걸으니 곧 삼거리다.
11:20 삼거리 도착
오른쪽 길을 따라 대여섯 가옥이 있는 마을을 가로 지른다. 길은 곧 너른 흙길로 바뀌는데
경운기가 지나간 흔적이 뚜렷하다. 주황색 지붕의 전원주택에서 70~80m 지나니 길왼쪽편에
노란 국제신문 표지기가 달려있다. 표지기를 따라 왼쪽 산길로 들어서니 잠시후 길이 이어
지지 않는다. 한참을 둘러보다 오른쪽 논으로 내려와서 아까 걸어온 너른 흙길이 이어지는
길로 간다.
11:33 2개의 돌무더기 지점에서 왼쪽길로 계곡을 향하여 간다.
곧 국제신문 표지기를 만난다. 그렇다면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데 국제신문 산행팀은 왜
쉬운 길을 두고 헷갈리게 산길로 올랐던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그간 오랜기간이 지나서
없던 길이 생긴 것일까. 야아, 이거 오늘 만만찮겠는 걸...
11:45 개울을 건넌다. 다시 개울을 건너며 지그재그로 계곡길을 오른다.
길은 희미하고 덤불이 가로 막는다. 계곡 오른쪽은 가팔라서 아무래도 길은 아닌 것 같다.
11:51 개울을 왼쪽으로 건너니 파란 대숲앞에 국제신문 표지기가 보인다.
대숲을 돌아가는 길을 따라서 오르는데 이곳도 덤불이 무성하여 길 찾기가 어렵다.
덤불을 피하면서 이리저리 길을 찾아 되돌아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2:22 개울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넘어온다.
이곳 역시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렵다. 나뭇가지와 덤불을 헤치며 길을 찾는다.
12:37 “감전 위험” 리본 발견
나뭇가지에 노란리본이 보여 산악회 리본인가 했더니 한전에서 설치한 감전위험 리본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이곳도 길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묵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12:40 계곡 오른쪽 능선을 향해 오른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서는 않되겠다. 처음 계획했던 코스가 아니라 할지라도 확실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므로 능선을 향해 오르기로 한다.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12:50 8부 능선에서 산길을 발견한다.
봉우리에 완전히 올라설까 하다가 묵은 산길이지만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른쪽
으로 비스듬이 오르는 산길을 따른다. 그런데 길은 계속 산허리를 돌아서 다음 능선으로 이어
진다. 할 수 없이 산길을 버리고 눈앞의 봉우리를 향해 가파르게 오른다.
13:02 무명 봉우리 도착
가쁜 호흡을 잠시 고르면서 지도를 보고 지형을 살핀다. 봉우리 위에는 널찍하고 평평하다.
지도상의 완만한 등고선을 찾아 여기가 어디쯤인가 하는 짐작을 해 본다.
13:08 무명 봉우리 출발. 방향감각을 잡고 주능선을 찾아서 간다.
13:15 능선길 발견
“산으로 가는길”이란 산악회 리본이 달려있다. 길을 발견하고 따라 간다. 길은 능선에서
다시 산허리로 내려서 돌아간다. 길 주변에 벌목한 나무가 많이 널려 있다. 계속 가는데도
능선으로 다시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길은 하산길일 수도 있겠다. 다시 주변을 살피고
오를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능선을 향해 오른다. 에고, 힘들어라...
13:25 주능선 도착
국제신문 표지기가 보인다. 드디어 주능선에 도착했다. 2시간 17분만에...
동쪽을 향해 능선길을 이어간다. 능선길 주변에 키 큰 나무가 빽빽하다.
13:40 무명봉우리
오른쪽 아래에 내가 올라 온 대촌마을과 요고지가 내려다 보인다. 조망이 좋은 바위에 앉아
막걸리를 반주로 도시락을 먹는다. 헤메느라 힘들었던 만큼 막걸리 맛이 기막히다.
14:05 무명봉우리 출발
길은 잠시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서 간다.
14:17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 도착
오른쪽에 소나무가지 사이로 들머리에 있는 주홍색 지붕의 전원주택이 보인다.
이 길은 수북한 낙엽으로 미루어 볼 때 여름철에는 울창한 숲속의 능선길이 되겠다.
아무도 없는 산길, 수북한 낙엽은 애절한 그리움이 쌓인 것 같다. 철지난 유행가가 생각한다.
“아- 나는 몰랐네. 그대 마음 변할 줄- 난 정말 몰랐었네. 아- 난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았네.
그대만을 믿었네-. 오-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어느새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14:25 삼거리 도착
왼쪽 밑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이고 주변에는 많은 산악회 표지기가 달려있다.
산으로 가는 밀양사람들 모임, 부산 천자봉산악회, 부산 산부리, 맨발산악회...
지도를 보니 이곳은 사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다.
직진하여 계속 평안하고 아늑한 소나무 숲속길을 이어서 간다. 꿈결을 걷는다.
14:40 오름길 시작
평안하던 산길이 오름길로 바뀐다. 그러나 여전히 소나무 숲속길이다. 호젓하다.
국제신문 표지기와 함께 아무 표식도 없는 노란 리본이 계속 길을 안내한다.
근교산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흔한 표지기가 주황색의 맨발산악회 리본이다. 나는 이 리본을
다는 분과 함께 몇 번 산행을 해 봤는데 1주일에 60km이상을 산행 한다는 청산산우회 선두대장
으로 60대의 준족이다. 맨발산악회 표지기와 함께 흔히 볼 수 있는 표지기는 아무 표식도 없는
노란리본인데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것이 더욱 궁금해 왔다. 강호에는 기인이사가 많거늘,
이 리본의 주인공은 이름을 알리기 싫어하는, 숨은 산행고수가 아닐까....
가만, 아무런 표식없이 그냥 달은 리본이니...이건 어쩌면 부토산의 그냥님의 소행이 아닐까?!
15:10 안부 도착
힘든 오르막을 넘어 안부에 도착했다. 주홍색의 부산 산부리의 표지기가 반겨준다.
지도를 보니 화악산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비스듬이 있다. 오른쪽으로 휘어가는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국제신문을 비롯한 산악회들의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15:25 청도산악회 이정표(밤티재← 요진재↓ 정상→)
이정표에는 이런 글도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세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요”
나를 보고 하는 말 같다. 그래, 부모에겐 자식으로서 도리를, 마눌에겐 남편으로서 책임을,
자식에겐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느라 그간 너무 숨가빴다.
이제는 나를 찾아서, 내 마음의 자유를 찾고 싶다.
정면 조망이 시원하다. 청도읍 평양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능선이 물결친다.
15:26 화악산 정상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대형 정상석이 있다. 해발 931.5m
정상석옆에 이정표가 있다(←밤티재 ↓요고 →운주암, 철마산)
오늘 처음으로 산행팀을 만난다. 부부인가 보다. 잠시 조망을 즐기고 철마산쪽으로 향한다.
15:38 소화악산
작은 돌무덤과 이정표가 있다. (←윗화악산 1.4km ↓절골한재 2.6km →정상0.7km)
또한 추모비가 있다.(산악인 김대형 추모비, 이곳 화악산에 고이 잠드소서) 잠시 묵념...
능선길을 버리고 동쪽 내리막길, 절골한재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15:50 바위 전망대를 지난다.
15:55 계곡을 지나서 / 16:08 대나무숲을 통과한다.
16:13 성터를 지나니 임도가 나오고 미나리 재배하우스와 마을을 지난다.
16:30 경북 근로자복지연수원을 지나, 평양1리 노인회관에 도착한다. 산행 종료
평양1리는 유명한 미나리 재배지란다. 미나리철이 되어 주변은 유원지같은 분위기다.
여기서 청도역행 버스는 4시 10분에 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기다린다.
한참후 슈퍼아줌마가 여긴 승용차가 복잡하여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고 알려준다.
만약을 위해 청도콜택시 전화번호를 적어오길 잘했네, 콜택시를 부른다.(054-373-1900)
17:30 청도콜택시 탑승
17:45 청도역 도착(콜택시요금 14,900원)
17:47 부산행 무궁화호 탑승 출발
본래 17:41 출발 차, 연착하는 탓에 1시간 이득을 봤다. 다음차는 18:44 차다.
18:40 구포역 하차/ 19:05 지하철 개금역
19:23 집 도착
□ 산행후기
(오늘 산에 갔다가) 몇시에 오는데?
와?(묻는 목적이 먼데)
쌀사러 가야 되는데..(홈플러스 가는데 운전하고 케리카 끌고 이 사모님을 수행해야 될 것 아닌가)
어... 저녁 7시 반쯤.(그래 알았다. 그렇게 할께)
전업주부인 마눌은 편한게 제일이다. 내가 토,일요일마다 산에 가는 것에 대해 하등의 불만이 없다.
어제 한라산 산행후 저녁 10시가 넘어 집에 왔는데도, 오늘 아침 빨리 출발하길 재촉하는 것 같다.
이런 마눌에 대해 내가 화답을 안할 수 있나, 아침도, 도시락도 사양하고 배낭만 짊어지고 나온다.
그래 이 돈 버는 기계는 보우링하고 오께. 일요일이니 마눌과 아들 딸, 느그들은 실컷 디비 자거라.
화악산은 경남 밀양시와 경북 청도읍을 경계를 이루면서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다.
밀양, 청도 인근에서는 가장 높고, 산세도 웅장하고 깊어서 고산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대표적인 들머리로는 평양1리(한재마을)과 음지마을, 밤티재, 평밭, 봉천마을이 소개되고 있는데
나는 그러한 산행코스를 마다하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능선길을 걷기로 하였다.
그러나, 90년대의 국제신문 자료외에는 아무리 찾아도 이 코스에 대한 산행기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지도를 보니 그리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호젓한 산행길이라는 것에 끌려서 감행했다.
그 결과, 계획한 코스를 모두 타 보지도 못하고 주능선에 오르는데만 2시간 이상을 헤멨다.
내가“알바”전문이긴 하지만 이건 좀 심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느끼고 배운 것도 없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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