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산행길, 절반의 즐거움
□ 산행개요
○ 산 행 지 : 밀양 필봉-천황산
○ 산행일자 : 2006년 09월 30일(토요일) /구름 조금, 쾌청한 날씨
○ 산 행 자 : 직장동료 3명과 함께
○ 산행코스 : 표충사입구-매바위마을-필봉-912봉-1108봉-천황산-천황재-내원암-표충사
○ 참고자료 : 부산일보 산&산 (31)밀양 필봉-천황산
○ 산행시간 : 5시간 46분
□ 산행일지
08:40 표충사앞 상가 공용주차장에서 출발 /산행 시작
직장에서는 매년 이맘때 단합대회를 한다.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밤새 먹고, 마시고 즐겼
기에 오늘 아침식사후 귀가 할 직원은 귀가토록하고, 산행을 원하는 직원만이 참여하도록
하였더니, 3명만 따라 나선다.
08:52 표충사 매표소앞 시전천을 건너는 다리
매표소가 보이는 곳에서 왼쪽 길로 내려간다. 시전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니, 민박촌이
다. 갈래길에서 왼쪽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니 안동민박집이 보이고, 여기서 우측 길로
들어서서 잠시 걸어간다. 다시 민박집인 “그림같은 집”이 보이고 오른쪽 좁은 길의 입구
담벼락에 “필봉가는 길”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길 따라 올라가니 양옥집이 나온다.
09:02 들머리(양옥 뒤편 산길)
양옥을 지나쳐 뒤편에 산길이 열려있다. 본격적인 들머리에 들어 온 셈이다. 초입부터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동료들이 힘들어 한다. 하긴 밤새 마시고 놀았으니...
09:36 너덜겅
너덜에서 잠시 쉰다. 들머리에서 필봉까지 30분 거리라던데, 이곳까지 오는데만 30분이
넘었다. 동행한 동료 2명은 어제밤 한잠도 자지 않았다하면서, 잠시 걷다가 쉬고, 조금
가다가 앉기를 반복한다.
09:58~10:06 필봉(해발 665m)
필봉은 산행로에서 20m정도 떨어져 있는 바위봉우리다. 발아래는 우리가 어제 숙식했던
펜션과 공용주차장, 그리고 시전천과 함께 이어진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바로
오른편에는 매바위가 조망된다. 멋진 풍광을 배경삼아 모두들 한컷씩...
10:40 912봉
필봉에서부터 계속 능선길이 이어지면서 큰 오르내림이 없다. 봉우리에 올라도 아무런
표식도, 특징도 없고, 능선길 내내 우거진 숲으로 조망도 없다. 지나고 난 후에 지도를
보며 추정해 볼 뿐이다.
10:53~55 조망바위
조망바위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뒤처진 동료를 기다리며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본다. 천황산이 보이고, 오른쪽 너머 오뚝한 건 향로봉이 아닐까.
10:58 헬기장
주변은 온통 잡목으로 덮혀있는데 바닥에 깔린 보도블럭으로 헬기장임을 확인한다.
11:09 도래재 갈림길
왼쪽이 도래재로 가는 길로 보인다. 그쪽 길 바위에 빨간 페인트로 쓴 화살표가 있다.
우리는 능선길을 이어가야 하므로, 직진한다.
11:28~30 조망바위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아래로는 밀양 산내면 남명리 마을이 보이고, 그 위에는
억산과 운문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오른쪽 너머에는 가지산도 조망된다.
11:33~35 암반지대
널따란 암반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쉬어가기 좋은 곳. 예쁜 화생화도 만발해 있고...
11:40~55 1108봉 /점심식사
다들 어제 과음한 탓에 밥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먹어야 길을 이어갈 수 있다.
12:05 능동산 갈림길
갈림길을 지나자 그간 간혹 보이던 억새가 무수하다.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다른
산행객들도 보이고, 길가 억새밭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도 본다.
12:11~16 천황산(사자봉, 해발 1,189m)
이정표(↑재약산 2.0km, →한계암<표충사 2.3km, ↓얼음골 3.3km)
천황산은 3번째이다. 특히, 2004년 가을에 배내골 죽전에서 사자평, 재약산을 거쳐서
왔을 때, 능동산쪽으로 가면서 뒤돌아 본 억새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약간 갈색이
섞여있는 억새의 무리가 저녁 햇빛에 하얗게 부셔지며 너울대는 그 풍광. 참으로
감동적이였는데, 오늘은 계절도 좀 이른 것 같고, 시간도 빠르니,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억새에 대한 기대는 접고 우리가 걸어 온 능선을 둘러 본 후 천황재로 내려선다.
그래도 길가의 억새는 이따금 햇빛에 반사되면서 멋진 모습을 잠깐씩 보여준다.
12:36~38 천황재 /이정표(↑재약산 1.0km, ←배내골, →내원암<표충사> 3.4km)
주변의 휴게소들이 마치 한여름 유명 해수욕장의 대형음식점과 같이 변해간다. 게다가
호객행위까지 하니 거부감이 든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씁쓸한 기분으로 뒤돌아
보면서 표충사로 가는 길로 내려선다.
12:45 돌탑
좁은 길에 돌탑이 이채롭다. 무심코 앞서가는 동료를 따라 가면서 돌탑 20m앞에 있는
갈림길을 못보고 지나치고 말았다. 갈림길에서 왼쪽 희미한 길로 들어서야 진불암쪽으로
갈 수 있었던 것.
13:00~16 능선갈림길
능선으로 직진하는 길과 왼쪽으로 내려서 가는 길로 나뉘는 곳이다. 능선쪽 길은 다소
희미하고 왼쪽길은 뚜렷한데, 지도를 꺼내보고 아차! 한다. 아까 돌탑을 지난 곳에서
왼쪽길로 가야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 챈 것. 또한 동료 1명이 내려오지 않는다.
한참 기다리다 염려되어 되올라 가 보았더니, 무릎통증으로 기다시피 내려오고 있다.
그래, 그렇군. 아까 진불암쪽 길을 놓쳤던 건 산신령의 배려였군. 진불암쪽길은 급경사,
천길벼랑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만약 이길로 갔더라면 무릎아픈 동료는 더욱
어려움을 당했을 것 아닌가...왼쪽 좋은 길로 내려서면서 상태가 좋은 2명은 각자의
페이스대로 지체 없이, 무릎이 아픈 동료에게는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가능한 천천히
걷도록 한다. 나는 중간에서 뒤를 기다리기도 하면서 조정을 하며 내려온다.
13:44 임도(진불암 갈림길) /이정표(→표충사 0.9km, ←진불암 1.5km, ↓천황산 2.8km)
경사길은 끝났다. 완만한 길이지만, 무릎아픈 동료의 걸음은 한없이 느리다.
13:50 내원암
내원암을 지나면서 길은 아스팔트길로 바뀐다. 길가의 나무숲이 멋지다.
13:56 한계암 갈림길 /이정표(↑표충사 0.3km, →천황산 3.6km, ↓진불암 2.1km, 내원암 0.3km)
갈림길 아래 계곡에서 먼저 내려온 동료들이 족탕을 하고 있다. 함께 모여 내려간다.
14:05 표충사
경내에 들어서지 않고 바로 지나친다.
14:10 매표소
매표소를 통과하여 우리가 진입했던 길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14:26 표충사 상가 공용주차장 /산행종료
14:35 부산으로 출발(승용차 탑승)
15:40 부산 개금전철역 도착 /각자 귀가
□ 산행후기
우리 직장에서는 매년 가을철에 워크샵을 하는데, 내가 담당을 한다.
올해는 표충사 부근의 펜션을 잡아서 1일차 저녁에는 주제발표후 단합행사를 하고,
2일차에는 필봉에서 천황봉을 도는, 5시간이 소요되는 원점회귀 산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제로 단합행사를 하다보면 밤을 새기가 일쑤라서,
산행 참여는 강제하지 않고 희망하는 직원에 한정한다고 사전공고를 하였다.
그 결과 예상한대로 산행참여자는 나를 포함해서 4명 밖에 안된다.
그나마, 모두가 지난 밤에 폭탄주와 카드 놀이에 밤을 지새웠으니,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름길에서 그 휴유증이 여실히 들어난다.
그러나, 스스로 참여한 이들이기에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다.
헉헉대면서도 애써 길을 따라 오르지만, 이건 걷는 것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러다 날 저물겠다. 이 사람들아, 그러기에 좀 자제를 했어야지 했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가까스로 필봉을 오르고 나서, 능선길에서는 다소 속도를 내어 보는데,
어-. 이제 선수들 몸 풀렸나 보네, 다들 처지지 않고 따라 붙는다.
뿐만아니라, 천황봉 부근에서는 억새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보는 여유도 부려 본다.
그러나, 동료중 1명은 발걸음이 자꾸 지체되더니 마침내 무릎통증을 호소하는데,
천황재에서 표충사로 하산하는 길에서는 아예 발을 끌다시피하여 내려 온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산행한 결과로서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니...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산행을 주도한 내 잘못이 제일 크다.
사필귀정이요, 자업자득이라. 세상사가 다 그렇듯 산행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준비한 만큼에 비례하여 그 즐거움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을...
▽산행팀 결성. 표충사 상가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표충사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한동안 걸어가니...
▽표충사 매표소가 보이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시전천을 건너고 민박촌을 지나 산길을 찾는데...
▽왼쪽 "그림같은 집"이라는 민박집을 통과하니 담벼락에 "필봉가는 길"이라는 안내문이 쓰여있다.
▽산행로는 초입부터 경사가 심한 오르막.
▽어제 마신 술이 아직...음주산행이 되고,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너덜겅. 이곳까지 오면서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다시 오르막. "에고, 나는 어제 한숨도 못잤는데," "나는 딱 2시간 잤더니 그래도 좀 났네, 그려."
▽바로 위가 필봉. 다 왔으니 일어나 갑시다.
▽필봉에서 바라 본 조망. 시전천과 함께 이어진 도로. 공용주차장과 상가촌이 보인다.
▽줌으로 당겨보니, 어제 우리가 숙식했던 펜션도 보인다. 저어기 내 차도...
▽오른쪽에는 매바위의 웅장한 모습이...
▽다시 길을 이어가는데 그래도 오르막은 남았다.
▽이제는 완만한 능선길. 한결 편하다.
▽912봉 지난 지점의 조망바위에서 가야할 능선을 본다. 오른쪽 봉우리가 천황봉.
▽헬기장을 지나고 길을 잠시 이어가니...
▽다시 조망바위에 서게 되는데, 이번은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남명리와 억산, 운문산이 조망된다.
▽암반지대가 시작되는 곳에 어느 누가 작은 돌탑을 세워놓았다.
▽여기서도 운문산과 이어진 능선이 보인다. 그래, 힘들어도 볼 것은 보고 가야지.
▽여기 야생화도 있다.
▽이건 너무 소담스럽지 않는가?
▽1108봉을 넘어가니 억새가 마중하면서 천황산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천황봉 정상. 사자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상에서 우리가 걸어온 능선을 조망한다.
▽정상석을 안고 기념사진 한장.
▽천황재로 향하는 암릉길을 내려서서...
▽억새가 만발한 사잇길을 걷는데, 저 아래 천황재가 보인다.
▽천황재 주변 음식업소들. 몇년전보다 규모가 계속 커진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다. 이거-, 나는 아무래도 무릎이 고장난 것 같은데...
▽표충사 가는 길을 잠시 걸으니...
▽좁은 길가에 뜻밖에 돌탑이 있다. 여기서 20m 전방에 진불암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무릎아픈 이가 있어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갈림길도 있지만, 뚜렷한 길을 선택하여 내려간다.
▽무릎아픈 이에게는 경사가 심한 하산길이 길기만 하다.
▽이윽고, 임도에 도착. 이제부터는 좀 걷기가 편하겠지.
▽임도지만, 숲속 터널같은 길.
▽내원암.
▽내원암 입구에 핀 무궁화가 멋지다.
▽이건 무슨 나무일까? 너무 화사하여 담았더니, 사진으로 보니 별로네.
▽표충사로 내려가는 도로. 운치있는 길이다.
▽앞선 동료들이 족탕을 하면서 기다린다.
▽표충사를 지나치고...
▽매표소를 통과한다.
▽여기가 아침에 우리가 갔던 길이제?
▽도로로 내려오면서 필봉을 본다. 그래, 우리가 저기로 올라간 것 맞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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