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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근교산/근교산·가~나

금동산-석룡산/김해

 

석룡산 산신령에 홀려서....


□ 산행개요

 

 ○ 산 행 지  : 금동산-석룡산 종주

 ○ 산행일자 : 2005년 12월 18일(일요일)

 ○ 산 행 자  : 늘바람

 ○ 산행코스 : 김해 상동면 윗매리-약수암-291m봉-화현고개-금동산(463m)-

               아홉살 고개- 석룡산(493m) - 여덟말 고개


□ 산행일지

 

 07:05  집에서 출발 / 07:10 마을버스 탑승 / 07:20 개금역에서 지하철 탑승

       오늘 날씨가 무척 춥다. 영하 7도라 하던가..

       어제 마이산에 다녀왔지만, 코스가 짧았으므로, 오늘은 좀 빡신 구간을 골랐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좀 풀고 다음 토요일 까지 넉넉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아닌가. 금동산은 금년 봄에 여차리 요셉자립원에서 출발하여 정상을 거쳐

       용전마을 상동면사무소까지의 코스를 다녀 온 바 있다.

       그러나 석룡산은 지난여름 무척산을 거쳐 여덟말고개에 오르려고 하다가

       들머리를 못찾아 산행을 포기한 산이다. 그 날 이후 언젠가는 하고 마음을

       먹고 있었으나, 같은 코스는 반복하기 싫어서 금동산에서 석룡산을 종주하는

       코스에 대한 자료를 구해 보관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오르게 되었다.


 07:40  구명역 도착, 도보로 구포역을 지나/07:50 구포교 고가다리밑 김해여객 도착


 08:10  김해 여차리행 버스 출발

       여차리행 버스는 이 시간을 놓치면 10시 10분차를 타야 한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탑승객은 나를 포함하여 3명뿐이다. 시골버스는 노선도도

       없고 안내방송도 없다. 그러므로, 어느 시점에서 기사에게 하차지점에 대해

       부탁을 해야 한다. 최대한 상냥하고 토속적인 억양으로...

       “기사님, 저...제가요, 윗매리에 내릴려고 하는데, 위치를 모르거든요,

       좀 알아서 세워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어.. 그래요, 윗매리 어느 쯤에요, 등산할라고 그랍니까,

       그라믄 절입구에 세워 주까요?”

       “아, 예. 약수암이 있다카든데, 그긴 갑습니더.”

       “야아, 이 추위에 산에 혼자서 가믄 위험 안합니까? 조심해야 할 낀데...”

       “아, 예, 제가요. 혼자서 잘 다니거든요.” 제법 베터랑인척 했다.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음씨 좋은 기사님을 안심시킬려는 마음에서...

       (정말이다. 믿으시기를...진복자에게 복이...ㅎㅎ)


 08:35  윗매리 약수앞 입구에서 하차. 기사님이 “조심하이소” 한다.

       나 또한 “고맙습니데이”하고 내렸다. 그새 정 들었나?


 08:40  산행 시작. 약수암으로 향하는 세멘트길로 오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의 시작은 항상 설레인다.


 08:47  약수암 도착.

       개가 짖고 있다가 손짓을 해주자 꼬리를 친다. 제법 덩치가 있는 하얗고

       복스런 개다. 등산로를 찾다가 못찾고 돌아 나오는데 여승이 나온다.

       얼른 정중한 자세로 합장한 다음 겸손하게 여쭈었다.

       “저...스님, 등산로가 어딘가예?”

       “예, 저기 무덤쪽입니더.” 하는 스님은 삼십대 앳된 얼굴이다.

        저분은 또 무슨 사연을 안고 있을까...


 08:50  무덤 도착, 산행로를 찾아 오른다.

       이 코스는 국제신문 근교산 기사로 소개된 코스인데,

       1998년도 기록이라서 요사이 근교산 기사와는 차이가 많다. 산행기록도

       부실하고 산행개요도도 초등학생 그림수준이다.

       오래된 근교산 코스 몇군데에 갔다가 헤맨 경험도 있고해서 이 코스는

       산행을 미루어 왔었다. 그러다가, 근교산 매니아인 이재수님의 산행기를

       확보하게 되었고, 국제신문 자료와 이재수님의 산행기, 그리고 5만분의

       1 지도를 놓고 검토해 본 결과, 충분히 산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오늘 나서게 된 것이다.


 09:05  철탑 도착. 아까부터 약수암의 개가 앞장서서 산행로를 안내하고 있다.

       이재수씨 산행기에도 이 개가 자꾸 따라와 돌맹이를 던져 쫓았다고 했는데,

       이놈은 산행안내가 전문인가 보다. 그렇다고 나도 돌맹이를 들 수가 있나,

       배낭을 내리고 육포를 한봉지 끄내어 개에게 먹인 후에 돌아 가라고 했다.

       어, 이제야 순순히 가네...그놈 참, 하고 다시 오른다.

       나도 참... 평소 내가 그렇게 마음좋고 너그럽지 않는 사람인데...

       처음 본 개에게 몇천원짜리 육포를 인심쓰다니...

       그래, 그렇지, 산에 들어와서 그렇지 않겠나, 그래, 그럴거야..


 09:40  291.2m 봉우리 도착. 아주 오래된 삼각점이 있다.

       왼쪽에는 금동산이 보인다. 오른편을 돌아보며 낙동강이 굽이치는 모습과

       강 너머로 이어지는 능선의 파노라마를 즐긴다.


 10:05  사거리 안부. 우측방면에 화현 낚시터가 보인다.


 10:20  화현고개 도착. 고개 밑으로 새로 난 도로와 터널이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춥긴 춥다. 고스모 모자의 귀마개를 내렸다가 올렸다를 반복한다.

       춥기전에 입고, 덥기전에 벗자...산행의 기본원칙이라 했다.


 10:45  바위 전망대 도착. 커피를 한잔 타 마시고, 지도를 보면서 조망을 한다.

       한참을 둘러보니 겨우 방향이 잡힌다. 오늘 코스는 북쪽을 향했다가

       서쪽을 돌아 이제 남쪽으로 휘어진다.


 11:10  삼거리 능선 도착. 자료에 의하면 좌측은 금동산, 우측은 석룡산 코스란다.


 11:13  금동산 정상 도착.

       금동산은 금년 봄 여차리에서부터 북에서 남으로 한번 온 적이 있다.

       그래, 그때에 원동기차역에서부터 낙동강을 굽어보며 아늑한 저 능선을 혼자

       걸어 왔었지. 그때 뜻밖으로 능선길 곳곳에 만발한 진달래를 보고는

       알려지지 않는 진달래코스를 내가 발견했구나 하였고...

       그때 막 세운 듯했던 정상석이 오늘도 새것같이 그대로 서 있구나.

       한참 둘러보면서 그날의 기억을 되새긴다.


 11:20  삼거리 능선을 되돌아 나옴.

       다시 지도를 펴보고 나침반을 확인하고 좌측길로 간다.


 11:35  TV안테나가 있는 봉우리 전망대에 도착. 봄에는 반대쪽에서 왔던 길이다.


 11:55  삼거리 안부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

       마이산에서 보니 몇몇 회원들이 점심식사후 손이 시려워 했다.

       겨울산행시에 손이 시렵지 않게 하려면 장갑을 3컬레 준비해야 한다.

       오전 장갑, 점식식사시 장갑, 오후 장갑...

       점심때 끼는 장갑은 그냥 털장갑이면 된다. 약간 얇은..

       그리고 장갑 낀 손으로 젓가락짓은 어려우니 포크숫가락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오늘은 1회용 손난로에 장갑을 싸서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식사후에 끼니 차갑지 않다. 이런 방법도 좋겠네...


12:25  삼거리 봉우리 도착.

      삼거리 직전에서 반대편에서 오던 아저씨 1명, 아줌마 3명을 만났다.

      혼자냐고 묻더니 내보고 빽하여 자기들하고 같이 가잔다.

      자기들 짝이 안맞으니 맞춥시다 그러네, 요새 아줌마들은 농담도 잘한다.

      산에서 만나면 모두가 반갑고 유쾌해 진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는 길은

      여차리에서 금동산으로 오는 길이다.

      금동산에서 여기까지는 지난 봄 내가 걸었던 길.

      좌측으로 들어서서 능선을 따라 걷는다. 미답지다.

      나혼자만이 걷는 호젓한 길... 나는 이런 길을 제일 좋아한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진다. 이걸 적설량이 아닌 적엽량이라

      해야 하나? 적엽량 10센티 정도 되겠다. 낙엽 때문에 길이 구분이 잘

      안된다. 조금만 무심히 걷다보면 길을 벗어나게 된다.


 12:50  아홉 살고개를 무심코 지난 후에야 아하, 조금전에 지난 곳이 거기구나

       하였다. 좀 더 천천히 조망을 충분히 하면서 걷자고 하는데 잘 안된다.

       내가 산행을 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쁜 일상을 떠나 여유를 갖자고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도 일상의 바쁜 마음이 산행시에도 이어지니...쯧쯧.

       아홉 살고개, 어째서 아홉 살고개라 했을까?

       내가 아홉 살때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십수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 저승에서는 편히 계신가요.

       저도 어느듯 나이가 들어 옛날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되었습니다....


13:15  임도 도착. 임도를 가로질러 오른다.

      오르는 길에 국제신문 산행팀에서 설치해 놓았다는 줄이 있다.

      자일이 아니라 신발끈보다 조금 굵은 끈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네.

      임도로부터 올라서서 가파른 길을 오른다.


 13:35  석룡산 정상 도착.

       정상석도 없다. 국제신문 근교산 리본뒤에 "493m 석룡산"이라는 글씨가

       아주 희미한 상태로 남아있을 뿐이다. 지도와 나침반을 보면서 조망을 한다.

       무척산이 바로 지척에서 웅장한 자태로 서 있고, 저멀리 토곡산도 보인다.

       지나온 능선길을 더듬어 본다.


 14:00  하산을 하다가 석룡산 정상 다시 되돌아 왔다. 우째 이런 일이....

       석룡산 정상에서 하산길을 이리저리 찾다가 뚜렷한 길로 내려섰는데...

       처음에도 방향이 아닌 걸 알았지만 산길은 굽어서 가는 경우도 많으니까

       하고 생각했는데...계속 방향은 그대로 가파르게 이어지는게...

       이건 이상하다 하면서 6-7분을 내려와서 둘러보니, 아니 이건 내가 방금

       올라왔던 길이 아닌가. 어이가 없었지만...우짜겠노, 다시 올라 가야제.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20분을 소비하며 가파른 길을 오른다.

       이럴 때 괜히 초초하여 급하게 오르다가는 금방 지친다.

       허허허... 내 비록 산행경력 일천하지만 30분 사이에 정상을 2번 밟아보긴

       처음일세. 이건 필시 석룡산 산신령의 장난일 거야. 암, 그렇고 말고...


 14:20  여덟말 고개 도착.

       지난 여름 무척산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석룡산 산행 들머리를 찾느라

       한참을 헤멨었다. 그이후 이곳 들머리가 어딘지 정말 궁금했는데,

       오늘 반대로 석룡산에서 여기로 나와서 되돌아 보니 산행로 입구가

       뚜렷하고 각종 산악회 리본이 6개나 붙어있어서 누구라도 찾을 수가

       있도록 변해 있었다. 아마 그때는 한여름이라 녹음이 짙게 우거져 있었고,

       별로 찾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근래 웰빙바람으로 산행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곳을 찾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14:40  도로를 내려오다 김해 시외버스 터미널행 버스 탑승.


 15:30  집 도착.

       오늘 코스에 대해서 국제신문 자료에는 “순한듯 하면서도 힘들게 하는

       코스로서 쉽게 생각하고 산행을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능선상에서 오르내리는 표고차가 심한데다 군데군데 산길까지 뚜렷하지

       않아 산행시간만도 7-8시간이 걸린다”고 되어있고, 이재수씨 산행기에는

       6시간 34분 걸린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산행전에 다소 긴장을 했지만 실제 산행을 해보니 그렇게 힘든

       코스라고 느끼지 못했다. 내가 걸린 시간은 6시간...다소 빨랐던 셈이다.

       그러나, 빠른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천천히, 여유있게

       둘러보고 생각하고 걷는 산행이야 말로 내가 지향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그동안 아껴두었던 코스를 기분좋게 타고 나니

       생활에 한결 활력이 솟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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