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 산행개요
○ 산 행 지 : 사량도 능선 종주
○ 산행일자 : 2006년 04월 01일(토요일)
○ 산 행 자 : 부산토요산악회 회원 47명(산행대장-이제)
○ 산행코스 : 내지-금북개-지리산(398m)- 불모산(399m)-가마봉-옥녀봉-대항
○ 산행시간 : 5시간 10분(후미 기준)
□ 산행일지
07:03 서면 영광도서앞에서 출발(영일고속버스)
09:02 삼천포항 여객선착장 도착/회원들 인사, 몸풀기 등 산행 준비
09:30 사량도행 여객선 탑승 출발
10:10 내지항 도착 /단체 사진
10:20 들머리로 출발(산행 시작)
11:25 돈지항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11:30 본격 암릉/ 칼날 능선
11:50 지리산 정상(398m)
12:20~40 안부에서 점심
13:20 불모산(399m)
14:00 가마봉
14:40 옥녀봉
15:10 대항과 금평 갈림길
15:30 대항 삼천포행 여객선 도착(산행종료) /여객선 출발
16:15 삼천포 도착/ 뒤풀이
17:55 부산으로 출발(영일고속버스)
21:30 부산 서면 도착
□ 산행후기
집에 와서 산행 메모지를 찾았더니 반쪽이 달아났다.
산행 막바지까지 분명히 시간을 기록했었는데...어디에서 흘렸는지 모르겠다.
에이, 이번 산행기는 포기해야 겠구나 하고 컴을 끄고 말았는데,
다음날 개인산행중 문득 그게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태까지 쓴 산행기는 각 지점마다 위치설명과 소요시간을 상세하게 하여
후등자가 코스를 벗어날 경우 가까운 시간내에 스스로 알아 챌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요시간의 사전정보로 페이스 조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사량도 산행은 여느 산행과는 다르다.
산행로는 그저 하나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가기만 하면 되고
산행객들의 과다에 따라, 즉 산행길 정체 정도에 따라 소요시간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종전까지 내가 쓴 산행기와 같은 형식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산행메모지를 잃어버린 것이
어느듯 고식화된 나의 산행기에 대한 산신령님의 질책, 아니 배려가 아닐까 하고 반성하면서
또 하나의 산행기를 기록하게 된다.
“야아-, 이거 쪽빛 바다를 보고자 했더니 잿빛바다를 보게 생겼네.”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후 늦게야 비가 올 것이라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흐림이다.
해서 잿빛바다 본 지도 오랜만이 아니냐 하면서 내심 자위를 했는데
사량도에 도착해 보니 날씨야 흐리지만 조망은 뜻밖으로 양호하다.
쪽빛은 사실 내가 쪽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바다는 비취색이라 해야 하나, 옥색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던 창연하고
‘지리망산’은 할 수 없었으되 수평선 가까이 확 트인 바다와 섬은 볼 수 있었다.
아니지, 오히려 저 멀리 수평선너머를 흐림으로 가리워진 그 풍경은
마치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배경을 희미하게 처리한 그림의 기법이요,
일류의 촬영기술을 다한 작품사진을 보는 듯 하다.
오늘도 후미에 쳐져서 느긋하게 산행을 즐기는데
점심식사이후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여
회원들은 다소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조금 위축이 되는 것 같다.
불모산을 앞두고 땡이님과 스피드님 등이 위험코스와 우회코스의 선택을 망설인다.
여기서 위험코스라 함은 펑퍼짐한 아줌마 행락객들을 기준으로 한 것.
우리가 누구냐. 부산의 정통산악회, 부토산의 정회원들이 아니냐.
“땡이님! 걱정말고 가자. 내가 다 책임진다.” 하고 큰소리로 격려하면서 올랐더니...
봐라, 별 것 아니지 않는가? 정상에 올라 뿌듯한 성취감을 사진으로 남긴다.
가마봉 하산코스와 옥녀봉 오름길의 암벽타기에서 정체가 너무 심하다.
앞에 선 행락객 10여명으로 인하여 여기에서만 40~50분이 지체가 된다.
그 때문에 배 시간에 쫓기고 송산회장께서는 마라톤 개인기록도 세우시게 되지만,
비오는 날 결코 쉽지않는 칼날능선 타기와 외줄오르기 유격훈련을 전원이 무사히 마친다.
다들 대단하다.
모두가 스스로를 축하하며 하산주를 즐기는데, 그 자리에서 혹자가 말한다.
“늘바람님이 후미에 서는 것은 예쁜 분들과 함께 걷고 싶어서가 아입니꺼?”
“와 아이라예. 그런 당연한 말씀을!”
그 뿐이 아니다.
후미의 여유와 자유로움은 더 할 수 없는 정취와 내밀한 서정을 갖게 해 준다.
오늘도 최후미의 목마님이 가쁜 숨을 고를때 마다
산과 바다의 절묘한 조화를 음미해 보고,
발아래 오밀조밀한 마을 풍경도 바라보면서
흘러간 옛노래를 되뇌어 본다.
세노야 세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임에게 주네
세노야 세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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