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부산진구 개금3동에 있는 삼환아파트입니다.
백양터널 시내 쪽 입구 근처에 있지요.
직장은 녹산산업단지 내에 있고요.
출근길은 백양터널, 고가도로, 공항로, 명지 IC, 녹산산단
으로 이어지는데, 한 30킬로 됩니다. 이 길은 평지인데다
주변에 큰 건물이 하나도 없어 시야를 가리는 게 없지요.
오늘은 유달리 추운날씨라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백양터널을 통과하고 고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어라? 저 앞에 산등성이들이 손에 잡힐 듯한 모습으로
선연하게 다가오는 게 아닙니까.
아하!, 그렇구나, 김해 신어산이로구나.
그래, 그래, 바로 저기가 돗대산에서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내가 전에 걸어갔던 고원 같은 능선길이구나.
평소에는 아침 8시 뉴스를 들으면서 찻길만 보고 다녔고,
멀리 산이 보이더라도 그냥 건성으로 보고 말았던 것인데...
오늘은 티끌 한점 없이 깨끗한 공간 저너머에
내가 올랐던 산들이 바로 앞에 있는 듯해서,
그 길을 혼자 걸으면서 느꼈던,
무언가 그립고 아련한 그날의 정감이 되살아 났습니다.
그때부터 보이는 산을 헤아려보기 시작했지요.
돗대산과 신어산 옆에 보이는 건 까치산, 동신어산이고,
오른편 그 너머는 석룡산, 금동산이 아닐까.
금동산은 가 보았지만 저게 그건지 확실히 알 수는 없고...
2시 방향 고당봉은 어디서 보아도 알 수 있는 모습으로
서 있고 고당봉 앞쪽에 솟은 바위산은 상계봉이로구나...
공항로로 내려와 김해공항을 지나면서도 조망은 계속 이어
집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 엄광산이로구나, 작년에 두 번 올랐던가.
그 옆에 보이는 건 구덕산, 그 앞쪽은 천마산...
낙동대교를 통과하면서 이내 승학산, 시약산이 나타납니다.
그 반대쪽 오른편에는 봉화산, 그너머 가덕도 응봉산과
연대봉도 보입니다.
명지IC를 지나고 신호대교를 통과하면서 녹산산단길로
들어섭니다.
왼쪽에는 연대봉이 점차로 다가오고, 오른쪽은 봉화산을
지나치면서 보배산이 살며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배산 너머 건물을 이고 있는 저 산은 불모산이 틀림없고,
그 앞쪽 특이한 모양은 시루봉이니까 바로 옆에 있는
봉우리가 웅산이구나. 그렇다면 천자봉은 저 산인가,
그 옆에 건가, 가보질 않아 모르겠다.
언젠가 천자봉에서 안민고개로 이어지는 코스를
타 보아야겠는데...
가지가지 생각과 감미로운 환상을 넘나들다 보니
어느새 출근길이 끝났습니다.
아아. 산은 바라만 보아도 깨달음이라 하더라마는
갑자기 이런 시각을 갖게 된 건 뭣 때문일까.
날씨 탓인가.
(2005.12.14. 출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