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야기(3)
아들이 대학 1학년 때 일입니다.
학교에서 편지가 와 열어보니 학사경고장이더군요.
아들을 불러 앉혔습니다.
"야, 이놈 자석아.
내가 언제 니보고 공부 안 한다고 뭐라 한 적 있드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이다 아이가.
그래, 뭣 때문이야. 이유를 대 봐."
아무 말없이 고개만 수그리고 있던 아들은
내가 계속 다그치자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저어... 여친과 헤어졌거든요. ㅜㅜ..."
순간 황당했습니다.
아직 꼬맹이로만 여겼던 아들놈이
벌써 연애하는 나이가 됐고, (그래봤자 대학 1학년)
그리고 실연을 한 겁니다.
"어어~. 그으래, 알았다. 알았어.
됐다. 그만 니 방에 건너가 봐라."
그랬던 아들이 오늘 결혼식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에 말입니다.
지난 3월달에 한 번 청첩장을 찍고 버렸는데,
다시 또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더군요.
친척들도 얼굴만 비추고 간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복을 새로 맞춰 입고 온 우리 딸도
식장에만 앉았다가 점심을 피해 그냥 갔으니까요.
좋은 점도 있습디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 주니까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었고,
식도 빨리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례사를 대신한 신랑 아버지의 덕담을
아주 짧고 간단하게 끝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덕담은 처음 들어본다고 합디다.
어디 한번 들어보실랍니까.
아이고, 코로나에도 결혼식은 해야되고...
이거 참, 참으로 송구스럽니다.
그리고 참으로 고맙습니다.
신랑으로 서 있는 우리 아들은 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 일은 지가 알아서 한다 했습니다.
지 엄마가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바로 대들었습니다. 이렇게요.
"됐다. 내가 알아서 한다 안 하나!"
아예 호통을 쳤죠. 지 엄마가 못 이겼습니다.
어느날 퇴근하고 오니까
마누라가 씩씩대면서 내게 일러바쳤습니다.
"채우 좀 뭐라 하소. 대학시험이 코앞인데,
하루종일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만 하고 있다 아이요.
당신이 뭐라 하소, 당신이 뭐라 하소."
이렇게 방방 뛰고 있는데... 이놈 봐라?
꼼짝 안 하고 그대로 앉아있는 겁니다.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이죠.
내가 우째야 하겠습니까.
"놔 둬라. 지가 알아서 하겠지 뭐.
배 고푸다. 밥이나 도."
그랬습니다.
아들은
지가 알아서 대학에 들어갔고,
지가 알아서 직장을 잡았고,
지가 알아서 결혼을 합니다.
신부가 된 우리 현애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가 알아서 잘해 왔을 겁니다.
유유상종이고 초록은 동색이니까요.
이제부터는 지들 둘이서
자~알 알아서
자~알 할겁니다.
그렇지만 지들 둘이서만,
지들만 잘 해 왔다고 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습니까.
부모형제와 친척들은 물론이고,
좋은 친구들과 든든한 동료들,
그리고 훌륭한 선배님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는 겁니다.
신랑 신부와 우리 양가 가족들은
여러분의 따뜻한 정과 과분한 베품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음에 깊이 새기고 보답을 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